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 받습니다.
피자를 시켰습니다.
상자를 열자마자 한 조각씩 사라집니다.
한 명이 집습니다.
또 한 명이 집습니다.
여덟 조각 가운데 일곱 조각이 별일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 조각.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이거 먹을 사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습니다.

조금 전까지 잘만 먹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마지막 하나 앞에서는 갑자기 모두가 너그러워집니다.
“너 먹어.”
“아냐, 난 배불러.”
“진짜 안 먹어?”
“응. 먹어.”
일곱 번째까지는 음식이었는데, 마지막 한 조각부터 회의 안건이 됐습니다.
마지막 하나에는 갑자기 눈치가 붙습니다
사실 그냥 먹으면 됩니다.
그런데 마지막 하나는 이상하게 손이 바로 가지 않습니다.
괜히 내가 다 먹은 사람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아무도 안 먹지?”
한 번으로는 부족합니다.
“나 먹는다?”
피자 한 조각에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이 시작됐습니다.
앞의 일곱 조각에는 없던 절차입니다.
마지막 하나가 되는 순간 맛은 그대로인데 뭔가 하나가 추가됐습니다.
눈치입니다.
결국 아무도 먹지 않습니다.
버리기는 아깝습니다.
누군가 말합니다.
“냉장고에 넣어놔. 나중에 먹게.”
좋습니다.
피자에게 미래가 생겼습니다.
다만 날짜는 잡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다시 만났습니다
냉장고 문을 엽니다.
피자가 있습니다.
봅니다.
물을 꺼냅니다.
문을 닫습니다.
점심때 다시 냉장고를 엽니다.
또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음료수를 꺼냅니다.
문을 닫습니다.
피자는 그대로입니다.
몇 번이나 마주쳤는데 별다른 진전은 없습니다.
어제는 분명 ‘나중에 먹으려고’ 넣어둔 음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나중이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정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냉장고를 열 때마다 생각합니다.
‘아, 저거 먹어야 하는데.’
조금 지나면,
‘아직 있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냥 거기 있습니다.

먹히지는 않는데 자리는 잡았습니다.
먹을 사람은 없는데 버릴 사람도 없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났습니다.
누군가 피자를 발견합니다.
“이거 안 먹어?”
“난 괜찮아.”
다른 사람에게 넘어갑니다.
“너 먹을래?”
“난 됐어.”
먹겠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럼 이제 버리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묻습니다.
“이거 버려도 돼?”
이상합니다.
먹을 때는 허락 같은 거 없었습니다.
각자 알아서 잘 먹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하나가 남자 갑자기 모두의 의견이 필요해졌습니다.
먹을 때는 개인전이었는데, 남은 순간부터 단체전입니다.
문제는...
아무도 출전하지 않습니다.
결국 냉장고 문이 다시 닫힙니다.
하루 묵을 줄 알았습니다
다음 날에도 있습니다.
연박입니다.
냉장고 안에서는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물이 들어왔다 나갔습니다.
우유도 바뀌었습니다.
반찬통도 자리를 옮겼습니다.
피자는 있습니다.
체크아웃 이야기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남은 음식이었습니다.
그다음에는 나중에 먹을 음식이었습니다.
이제는 그냥 냉장고 문을 열면 있는 음식이 됐습니다.
장기투숙객치고 상당히 조용합니다.
민원도 없습니다.
외출도 없습니다.
그냥 있습니다.
오히려 냉장고 안에서의 입지는 점점 안정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질문이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피자 먹을래?”
조금 지나서는,
“이거 안 먹어?”
그러다 어느 날.
냉장고 문을 연 누군가가 피자를 한참 보더니 묻습니다.
“근데 이거 언제 거야?”
...
신원조회가 시작됐습니다.
이제 아무도 먹을 사람을 찾지 않습니다.
피자의 나이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분명 처음에는 모두가 알고 있었습니다.
어제 시킨 피자.
남은 한 조각.
나중에 먹을 것.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설명이 필요해졌습니다.
“그거 그때 시킨 거 아니야?”
“언제?”
“그... 있잖아.”
기억에서도 냉장보관이 시작됐습니다.
마지막 한 조각의 골든타임은 언제였을까?
정확히 몇 시간째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알람도 울리지 않았습니다.
누가 선언한 것도 아닙니다.
피자가 팻말을 들고 알려준 것도 아닙니다.
'지금부터 저는 아무도 안 먹는 음식입니다.'
그런 순간은 없었습니다.
그냥 어느 날 보니 질문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먹을래?”가
“안 먹어?”가 되고,
“안 먹어?”가
“이거 언제 거야?”가 됐습니다.
피자는 계속 같은 자리에 있었습니다.
바뀐 건 피자가 아니라 우리가 피자를 보는 눈이었습니다.
먹을 때는 경쟁했습니다.
마지막에는 서로 양보했습니다.
버릴 때는 또 서로 허락을 구했습니다.
그러고는 오늘도 냉장고 문을 닫습니다.
피자는 아직 있습니다.
내일 먹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예상할 수 있습니다.
내일도 만날 가능성은 높습니다.
이번에도 먼저 아는 척하는 쪽은 아마 우리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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